위니펙에 온지 벌써 3개월 쯤 되었을 때의 일이예요.
처음 한달은 엄마도 오셨겠다 대놓고 놀았고, 그 다음은 한달은 이삿짐정리 및 준비, 인맥관리등을 핑계로 또 팅자탱자 놀면서 Immigrant Center만 심심풀이로 왔다갔다 하면서 흥청망청 시간을 보냈지요 ㅋㅋㅋㅋㅋ
그러고나서 구직을 제대로 마음 먹고 비로소 레쥬메를 업데이트를 하고 돌릴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강아지를 키우면서 혼자 집에 놔두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는 터라, 동생이 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집에서 가까운 데이케어중 한곳에 취직을 하겠다며 레쥬메를 딱 한장 뽑아들고 무작정 두개 중 더 집에 가까운 쪽으로 갔어요.
집에서 가깝기는 무지하게 가까워서 걸어서 5분, 뛰면 2분안에도 가는 곳이었지요. 다운타운 한 가운데에 있었으니까요.
그때는 솔직히 데이케어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어요. 학교에서 실습만으로도 4군데의 데이케어를 경험해봤고, volunteer나 일을 하면서 또 3곳을 더 돌아봤으니 그 정도면 캐나다 데이케어는 다 그렇게 굴러가나보다~ 했지요.
실제로는 인터뷰를 보면서도 잘못된 점을 하나도 느끼지 못했고, 결국 그곳에 취직해서 일을 했으니 한참 부족하던 햇병아리 시절의 자만이죠ㅎㅎㅎ
그 데이케어의 이름은 Kids & Company 위니펙 지점입니다.
데이케어의 시설 자체는 나쁜 편은 아니었어요. 다만 내가 쉽게 붙었듯, 사람이 쉽게 들어오고 쉽게 나가는 환경이었던게 문제인거죠.
것보기에는 예쁘고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사립이다보니 본사에서 들어오는 지원에 따라 어떤 달은 환경이 좋고, 어떤 달은 나쁠 수도 있었어요. 또 그동한 경험했던 공립이나 non-profit 데이케어와는 다르게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 많이 느껴지는 환경이었지요.
첫째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부족했어요. 그 전에 경험했던 데이케어들은 장난감 창고가 하나씩은 꼭 있었거든요. 그곳에서 아이들의 흥미에 맞게 장난감을 수시로 바꿔주고 새로 들여와서 매달 초에는 extra 선생님들이 장난감을 보수하고, 정리하고, 입고된 장난감의 수량을 점검하는 등의 행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곳에 매달 들어오는것은 휴지, 페이퍼타올, 물비누, 장갑 등등... 그나마도 교실보다 학부모들이 이용하게되는 게스트 화장실에 우선비치되었어요.
그나마 얼마 없는 장난감도 아이들의 연령에 맞지 않았어요. 학생수가 많은 Preschool반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있던 Infant반은 말이 Infant지 Toddler와 Infant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위험요소도 꽤 큰 편이었어요. 위니펙은 데이케어가 다 Infant+Toddler 형식인가? 생각했었는데, 적어도 두 연령대가 함께 있기에는 장난감이나 환경이 더 어린아이들에게 가혹한 편 이라고 생각해요. 뭐, 지금 6개월~6세를 한 반에 넣고 돌보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아이들 케어가 쉬웠겠지 만요 ㅋㅋㅋㅋㅋㅋ
바닥은 딱딱하고 미끄러워 이제 막 걷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수시로 넘어져 입술과 잇몸에 상처를 입었어요. 그나마 있는 놀이매트는 발로 툭 치거나 힘주어 밀면 쉽게 밀려났기 때문에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았어요.
뿐만아니라 예전 데이케어들은 아이들의 부모님, 가정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할하고 아이를 같이 돌보고, 키운다는 공동육아의 느낌 등등 서로 데이케어나 가정내 있었던 일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고, 대화하는 것을 귀찮게 여기지 않는 가족과도 같은 친근한 느낌이 많았는데 이곳은 잠시 아이를 돌봐주는 사무적이고 서비스적인 느낌이 강해,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를 느끼기 힘들어졌어요. 이건 지금도 느끼는 건데, 아무래도 위니펙이 ECE 대우가 많이 안좋은것 같긴해요. 온타리오는 RECE만이 보육교사를 할 수 있어서 전문직으로 인정받는 것에 반해, 이곳은 40시간 교육만 듣고도 CCA라는 보조교사를 할 수 있어서 인진 모르겠네요.
여하튼 선생님들도 아이의 흥미와 적성이 무엇인지 관찰하기보다는 CCTV로 우리를 관찰하는 부모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아이가 그저 다치지 않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였어요. 그만큼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이케어라기 보다 부모들의 편의를 봐주는 서비스센터 내지는 베이비시터의 느낌이 강했어요.
선생님을 고용하고 배치하는 것도 이상했어요. 경력이 하나도 없는 생판 초보인 선생님 두명을 한 반에 넣는 것이 과연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신뢰를 줄 수 있겠어요? 게다가 오리엔테이션때 확실한 policy와 health, safety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무언가 잘못되면 그때서야 policy 얘기를 꺼내며 화를내기 시작했지요. 모르는것을 어떻게 지키라는 건지... director의 역량이 심하게 부족하다는 티가 많이 났고, 그 때문에 센터 곳곳에서 크고작은 문제가 발생했어요. 일을 하며 지내면 지낼수록 막장이네;;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요. 지금은 그 director가 결국 짤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은 곳입니다 ㅠㅠ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제가 이직을 결정한 건 아니었어요.
사실 굳이 캐나다까지 와서 유아교육을 배우기로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캐나다는 다인종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이 만연한 미국이나 호주같은 곳과는 달리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점이 흥미로웠거든요. 모든 아이들은 다르고, 그 다름을 존중받아야한다는 생각은 배우면 배울수록 깊어졌고, 더 많은 공부와 연구를 통해 아동교육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다른 아이들을 존중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이케어에서 잡오퍼가 들어오자마자 이직을 결정했어요. 이렇게 원래 다니던 데이케어에 대한 불만이 피어오르던 시점에서!!
그것도 시급도 더 높고, 대우도 더 좋았지요. 짬이 좀 쌓인 지금은 그것도 불만이지만! ㅋㅋㅋㅋㅋ
영주권의 문제에서는 조금 걸리는게 있었지만, 아무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아주 옳은 선택이었어요. 처음엔 영주권 지원이 힘들것 같다던 센터에서, 영주권 지원을 해주겠다고 없던 스팟도 만들어 내 줄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좋았기 때문에 헤어지는건 아쉬웠어요. 내가 이제 간다고 하니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호감있는 사람이 떠나는 것은 슬픈일이라고 해주던 선생님, 연락하자며 페이스북 이름을 알려주는 선생님, 술을 먹자 또 보자, 언제든지 와라 하는 선생님들 모두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더 슬펐다. 본사에서 지원을 조금만 더 잘해주고, 신경을 써준다면. Director가 좀 더 제대로 된 사람이었다면 분명 일하기에도, 아이들이 다니기에도 좋은 데이케어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얼마되지 않는 월급을 털어 장난감을 사주고, 삭막한 반을 꾸미기 위해 자비와 토요일에도 시간을 내어 아기자기하게 교실을 꾸미는 선생님들에게는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어요.
또 그에 보답하는 듯 아이들이 선생님의 이름을 어설프게 부르고 웃어주며 안아달라 팔을 뻗는 것을 보면 사랑스럽기 그지없지요.
생일을 맞아 선생님과 친구들을 위해 막대케이크를 사온 학부모님.
(무언가를 친구들과 나눠먹고 싶다면 적어도 ingredients가 써 있는 음식을 가져가야합니다! 하지만 알러지가 있는 아이들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아마 대부분의 센터는 외부음식을 반입하지 않을거에요)
이런것들도 다 좋은 경험이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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