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교육 철학이 존재한다. 사람이 저마다 살아온 방식, 경험, 지식, 생각이 다 달라 결국 다 다른 사람이 되듯, 교육 철학 또한 세월에 따라 변화하며 유행한다. 듀이, 몬테소리, 비고스키 등등 많은 철학자, 교육자들은 저마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효과적이다 주장한다. 결론은 다 맞기도 하고, 다 틀리기도 하다.
캐나다는 많은 교육 철학들 모두 존중하면서도, 기본적으로 Emergent Curriculum이라는 발현적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선 '난 저 사람과는 다르다' 라고 잘 인지하고 다름을 허용하는 반면, 다른 사람에 대해선 '다 똑같을 것이다' 라고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속하지 못한 집단을 '아시아 다 무조건 똑똑하다', '남자는 다 멍청하다', '여자는 다 질투가 심하다' 등등의 말들로 묶어서 편견을 가지고 차별을 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무조건 어떨때 잘 배운다' 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 또한 그럴때 잘 배울 수 없는 몇몇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차별이 될 것이다.
아이들의 타고난 성향, 기질, 관심사, 그리고 적지만 분명히 있는 경험에 따라 아이들도 그때 그때 잘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엄마와 주스를 얼려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 먹은 경험이 있는 아이와, 그런 경험이 없는 아이 중에 '냉각' 에 대해 더 잘 받아 들이는 아이는 분명히 전자일 것이다. 또 타고나기를 앉아서 학습지를 풀기 좋아하는 아이가 있고, 이것저것 만져보고, 돌려보고, 던져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전자의 아이에게는 자유놀이를 제시하는 것보다 학습지를 같이 푸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고, 후자의 아이에게는 학습지를 풀게 하는 것 보다 자유놀이를 제시하는 것이 배움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처럼 아이에 따라 좋은 커리큘럼은 분명히 다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맞는 좋은 커리큘럼을 짜서 주려면 사려깊고, 관찰력이 뛰어난 부모와 선생님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아이들에 따라 잘 받아 들이는 타이밍, 주제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을 최대한 배려해서 나온 비교적 최근의 커리큘럼이자, 현재 캐나다에서 유행하는 커리큘럼이 바로 Emergent Curriculum 이다.
Emergent Curriculum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놀이를 바탕으로 하는 커리큘럼이다. 일단 아이들을 자유롭게 놀게 한 뒤 어떻게 노는지 관찰하고, 동료 선생님과의 미팅이나 개인의 판단 하에 새로운 놀이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놀이를 또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여 아이가 더 깊고 넓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커리큘럼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놀이'의 범위이다. 아이들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놀이를 즐긴다. 블록을 쌓고, 인형을 꼭 안아주기도 하고, 의상을 입고 흉내를 내거나, 퍼즐을 맞추기도 하고,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실로폰을 두드리기도 하고, 공을 발로 뻥 차거나 모래장난을 하고, 학습지를 풀거나 책을 보기도 한다. 한마디로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은 곧 놀이이다.
간혹 아이가 지나치게 교육 비디오만 보거나, 학습지, 낱말 카드 풀기만 해서 걱정해 '평범한 놀이'를 계획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아이의 균형있는 발달을 위해서는 대근육, 소근육, 사회성 등등 많은 것을 고려해 놀이를 제시해 주는 것이 좋기는 하다. 하지만 아이가 어떠한 놀이를 좋아한다면 일단 그것을 존중하고 거기에서 가지를 뻗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덩굴처럼 다른 영역과 얽히는 것이 아이에게는 더 행복하고 좋은 방안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Emergent Curriculum 이다.
하지만 아이와 늘 함께하는 부모와 달린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그동안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선생님들은 원해도 Emergent Curriculum대로 알맞는 놀이를 제시하기 힘들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예닐곱 된 아이가 종이에 선을 몇개 직직 긋고 '이거는 새예요' 라고 한다면 선생님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나이대에 맞지 않는 그림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집에서 한자를 배웠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판단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Emergent Curriculum은 아이의 양육자, 혹은 그 주변인과의 파트너쉽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특히 아이는 언젠가 어린이집/유치원을 떠날 것이지만 부모와는 계속 함께할 것이므로, 어린이집/유치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부모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활동기록(Documentation)은 아이의 놀이와 활동, 생각과 과정에 대해 잘 나타낼 수 있다.
활동 기록은 아이들의 '배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춰 작성하는 것이 옳다. 아이들의 놀이에 따른 결과물에 집중하다보면 종국에는 아이들의 관심사나 배움과는 무관한 '예쁘고 귀여운 결과'에만 집착하게 될 수도 있다. 예를들면 아이들에게는 힘든 카네이션 만들기나 장기자랑, 눈과 더듬이는 꼭 두개 달리고 날개는 정확히 대칭인 나비그림 같은 것 말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놀이와 과정에 따라 활동 기록의 모습 또한 보기 쉽게 변화시켜야 한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나 결과물을 사진으로 찍은 뒤 글로 설명하는 것이 제일 일반적이지만, 이 또한 좋은 사진을 뽑기 위해 관찰을 소홀히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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